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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을 필사하고 보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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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HA 작성일13-09-04 23:15 조회3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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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을 필사하고 보관하라

들소리신문 

2013-04-15


‘필사’하면 작가 신경숙의 이름이 떠오른다. 선배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면서 문학 수업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승옥 씨의 〈무진기행〉을 포함한 여러 단편들, 조세희 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을 필사했다고 한다.

신경숙은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배나무 밭을 지날 때면 배를 쌌던 신문지 중에서 연재소설이 나오는 부분을 깨금발을 디뎌가며 읽었다. 세 살 터울의 오빠가 책읽기를 좋아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책이 귀한 시골(정읍)에서 어디선가 끊임없이 책을 빌려 왔다. 처음엔 만화책이었다. 처음엔 셋째 오빠의 등 뒤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나중엔 오빠보다 더 책을 탐하게 되었다. 오빠가 어디선가 책을 가져오기만 하면 그 책을 가지고 오빠가 자신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을 가서 읽곤 했다.

그렇게 책을 읽는 도중에 ‘아,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궁금해졌다. 막연히 글 쓰는 사람을 동경하고 있던 마음이 여고 시절(산업체 특별학급)부터는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강력한 희망으로 변화되었다. 한번은 무단결석으로 반성문을 써 갔을 때(대학노트 거의 반이 채워진 작문?) 그걸 읽은 선생님이 “너는 소설을 써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이후로 막연히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에서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로 바뀌었다. 노조가 생긴 후, 노조원들이 잔업 거부를 하는 여름방학 동안 멈춘 컨베이어 벨트 작업대 앞에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노트에 옮기기 시작했다.

서울예술 전문대학 입학 후, 여름방학 때 고향 정읍에 내려가서 서정인의 〈강(江)〉을 읽다가 노트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 여름을 온통 선배들의 소설을 옮겨 적는 일을 하며 지냈다(최인훈의 〈웃음소리〉,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제하의 〈태평양〉, 오정희의 〈중국인거리〉, 이청준의 〈눈길〉, 윤흥길의 〈장마〉…). 

“필사를 하는 동안의 그 황홀함은 내가 살면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각인시켜준 독특한 체험이었다. 방학이 끝났을 때 필사를 한 노트는 몇 권이 되었고, 그 노트들을 마치 내가 쓴 작품인 양 가방에 넣고 서울에 돌아왔다.”

필자도 책을 보다가 명문장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예전에 갈무리 해 놓은 명언이나 아름다운 시들은 다시 보면 오랜만에 친구를 본 듯이 반갑다. 때로는 한 구절 명언이 가슴에 큰 울림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책의 죽음은 불가능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에너 퀸들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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